1. 들어가며
공익변호사. 그 이름은 사소하다면 사소하고, 근사하다면 근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주 작은 변화를 시작으로 나아가 사회의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그러한 직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따뜻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비교적 뚜렷한 가치관과 제가 겪은 일련의 경험들은 법률가를 꿈꾸게 했고, 그리고는 자연스레 공익변호사에 관심을 가지게 했습니다.
우연히 ‘사단법인 두루’를 접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두루를 몸소 느끼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이번 실무수습을 통해 두루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었습니다. 두루가 꿈꾸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조금이나마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함께 꿈꾸고 싶었습니다.
2. 활동
가. 강연 : 감수성
실무수습 중에는 두루가 담당하고 있는 주요 업무 소개 강연(환경, 국제인권, 사회적 경제, 아동청소년인권, 장애 인권)이 각각 이루어졌습니다. 평소 장애 영역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그 이외의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자세히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강연을 들은 이후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반성 아닌 반성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국제인권 영역의 난민문제의 심각성 그리고 환경 영역의 경우 평소 무심코 사용하고 있었던 플라스틱 용기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강연을 듣고 난 뒤에는 한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영역에 능통하고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더불어 모든 영역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한 것임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관심은 ‘감수성’을 통해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이들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그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 감수성을 통해 직접 느끼고 그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감수성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일지라도 평소 다른 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습관을 통해 차곡차곡 쌓여 나가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 과제
1) 공통 과제
공통 과제는 인터넷 사이트 ‘Bad Fathers’에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는 피해자의 얼굴 사진,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등의 정보를 전달하고 신상정보를 공개하도록 하여,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의뢰인에 대한 변호인의견서를 작성해보는 일이었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에서는 이론적인 면을 배우고 그 법리를 이해하는 데에 그쳤던 반면, 실무수습 과정 중 공통 과제를 통해 소송 서면을 작성해보는 일은 장차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후에 하게 될 일을 미리 경험해보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기소 사항에 대해 변호인으로서 그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하고 그와 유사한 판례 법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유의미한 주장을 세워나가는 작업이 변호인이 하는 일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영역별 과제
영역별 과제는 탈시설지원에 관한 법률안 검토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몸이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 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근본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장애인의 자유권을 보다 보장하기 위하여 시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이 ‘탈시설’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인하여 탈시설 이후에 장애인이 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사회에서 홀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그에 대한 경제적, 실질적 지원을 위한 제도가 바로 탈시설지원에 관한 법률안입니다. 즉 모든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탈시설하여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완전한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법률안은 사회의 여러 논의를 거쳐 다양한 방면으로 심사숙고하여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었고, 법률안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모두 극복할 수 있을만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특히 탈시설지원법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과 장애인의 보호자들은 시설을 원한다는 주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탈시설지원법에서는 제 17조에서 탈시설 지원 신청에 관한 규정을 두어 현실적으로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있었고, 보호자들의 의사 보다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3. 나가며
올해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법학전문대학원은 물론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까지 비대면 온라인 강의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청각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서 겪는 고충 즉, 온라인 강의 중에는 교수님들의 입 모양을 보여주지 않고 학습교재만을 화면에 띄워 놓는 강의 영상이 다수였기 때문에, 청각 장애 학생들은 소리만 들리는 강의를 어떻게 듣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었습니다. 그와 관련하여 이리저리 찾아보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제 14조에서 청각장애인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청각 장애 학생 수에 비해 전문 수화 통역사와 속기사의 수가 부족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청각장애학생들의 열악한 학습환경의 문제는 코로나 발생 후에 급작스레 불거진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해결되지 않은 채 존재해왔던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청각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두루가 주최하는 코로나시대의 공익인권활동 공모 프로젝트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해당 공모전에는 참여하지 못하였지만, 사람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자 하는 ‘두루’는 제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선 홈페이지에 두루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소개글을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보았습니다. 평소 하루하루 느꼈던 감정을 시로 담아두는 것을 좋아하는 제게 그 소개글들은 제 가슴을 울리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 구성원분들과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루 동계 실무수습에 지원하고, 이후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전달받고 뛸듯이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2주 동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루에서의 실무수습은 졸업 이후 앞으로의 법률가로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지에 대해 뜻깊은 시작을 알리는 발걸음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공감하였던 장애 인권을 위해 일하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진심이 담긴 따뜻함으로 다른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그렇게 따스한 온기를 함께 나눔으로써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자 했습니다.그것이 누군가는 유난을 떤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유난이 누군가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